덜컹덜컹—.. 덜컹 덜컹—..

10월의 도쿄, 창밖으로 주황색 노을빛이 펼쳐진 뎅엔토시선 전차 안에서、

전차 안은 사람이 거의 없이 한적했고 나의 맞은편에는 초록색 모자를 뒤로 돌려쓴 어린아이와 아빠가 앉아 있었다 그들의 뒤로는 전형적인 일본의 낮은 주택들의 전경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나는 맞은편 작은 아이에게 이목이 끌린다.

아이는 자신의 허리보다 조금 낮은 높이의 의자를 오르락내리락 거리며 놀고 있었고, 아이의 의도치 않은 엘보에 니킥에 아빠의 몸이 부딪혀 흔들리지만 그런 물리적인 충격이 익숙한 아빠는 영혼이 없는 사람처럼 그저 흔들거릴 뿐 특별한 반응은 하지는 않는다. 그 모습이 무척 웃겼다.

그러다 아이가 갑자기 아무래도 수상쩍게 앉은 자리를 고쳐 앉는다, 그러고서는 조약돌만 한 양 손을 꼼지락 꼼지락 거리며 무언가를 만든다. 집중한 아이의 입이 오므려진다. 아이는 손가락 괴물을 완성시켰다. 그리고서는 그것으로 아빠의 옆구리를 기습적으로 가격한다..

10월의 단풍과 함께 붉게 물들고 있는 가을 하늘을 바라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고라니 같은 신음소리를 내게 되어버린 아빠는 당황도 잠시, 이내 힘겹게 흔적만이 남아있던 어린 시절의 감각을 더듬더듬 끄집어내어 얼추 비슷한 것을 만들어 아들의 선공에 응수한다.

분위기가 점점 과열되며 아이의 흥이 절정에 다다른다, 아이의 목소리가 돌고래 소리처럼 높아진다. 결투의 소음이 공공장소의 포용치를 넘을 때 아빠는 불현듯 자신의 본분을 깨닫고 아이에게 조용히 주의를 준다. 동시에 내게 '스미마셍'의 의미를 담은 눈인사를 보낸다. 나는 멋쩍게 고개를 끄덕, 하고 웃음을 짓는다.

그러다 조금 뒤 아빠의 시선이 다른 곳으로 가며 손에서 매가리가 사라짐을 느낄 때면 반대로 아이가 아빠의 어깨를 치며 집중력에 주의를 준다.

가는 길이 한참이었던 나는 부자의 치열한 공방전을 관람하며 롯폰기로 향했다.

2024.4.12 明珍

🪟환기, 창문을 열어주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