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5년 겨울 프랑스, 가난한 거리의 곡예사와 삼류 여가수 사이에서 유난히 체구가 작은 여자아이가 태어났다. 그녀를 낳은 여자는 그녀가 세상에 나온 지 두 달 만에 도망가 버리고, 그녀의 아버지도 생계를 책임질 능력도 의지도 없었기 때문에 마을에서 사창가를 운영하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아이를 떠맡긴 채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다.

그렇게 태어나자마자 시궁창 같은 환경에서 어두운 유년기를 보낸 그녀는 건강하게 자랄 리 없었다 몸을 파는 매춘부들의 방에서 자라며, 영양실조, 결막염으로 수년간 눈이 먼 채로 살기도 했으며, 조금 자라서는 알코올 중독에 빠졌고, 돈이 없을 때는 매춘을 했으며 남자들은 그녀를 함부로 대했다.

열일곱 살에는 자신을 닮은 작고 여린 아이를 출산하지만 머지않아 뇌수막염으로 떠나보내고 다시 어두운 삶의 밑바닥에 주저앉아버린다.

그런 그녀의 유일한 할 일이랄 것은, 가장 아끼는 옷을 입고 거리에 우뚝 서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고, 그러던 중 우연히 한 캬바레를 운영하는 사장의 눈에 띄어 그때부터 ‘edit piaf’라는 이름으로 무대에 서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캬바레 사장이 살해를 당해 세상을 떠나버리고 다시 침체기가 찾아오지만, 이후 작사가 ‘레이몽 아소’를 만나 그의 지도로 성장하고, 미국으로까지 진출해 이름을 떨치며 장차 “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의 가수”, “샹송의 여왕”, “프랑스 국민가수”라는 이름으로 칭송받는다.

하지만 그것도 머지않아 1963년, 결국 모르핀 중독과 합병증(간부전으로 인한 동맥류)으로 48세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다(죽기 전 몸무게가 30kg 정도밖에 안되었다고 한다).

이토록 어두운 삶을 살다가 떠난 작은 여인의 인생에는 두명의 남자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그녀가 미국 활동을 하던 중 만난 마르셸 세르당(세계 미들급 복싱 챔피언) 이라는 남자를 만나 무척 사랑했지만, 하필 뉴욕에 있던 그녀를 만나기 위해 오른 비행기에서의 추락 사고로 그마저 그렇게 세상을 떠나버린다. 이 일이 있은 후 에디트 피아프는 큰 충격에 다시 삶의 밑바닥으로 추락해 술과 마약에 빠져 정신과 건강을 상실해버렸지만, 이 당시 사랑하는 연인 마르셀 세르당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난 뒤에 발표한「Hymne à l'amour 사랑의 찬가」라는 곡은 이토록 어두운 삶을 살던 여인이 어떻게 이토록 아름다운 노래를 부를 수 있는지,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의 눈과 입을 질끈 다물게 만든다.

노래를 그냥 들어도 좋지만, 사진첩에 가사와 함께 올려둔 영상이 있으니 들어보기를

2024. 5. 31 明珍

🪟환기, 창문을 열어주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