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서부터 튀니지까지

한국에선 흔하게 볼 수 없는 구걸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 아팠던, 기억에 남는 사람들 몇몇의 이야기를 기록해 두고자 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지중해의 강렬한 태양이 내리쬐면서 동시에 시원한 바람이 기분 좋게 부는 날이었다.

하루는 같이 숙소를 쓰던 형들과 쇼핑거리에 갔다가 혼자 따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 가고 있었다.

사람도 많고 차도 많아서 거리는 무척 시끄러웠다.

자동차 클락센 울리는 소리, 버스의 배기음, 사람들 소리, 개 짖는소리, 바로 그때 그 시끄러운 소리들 사이로 어떤 유리잔이 깨지는 듯이 높고도 빠른 소리가 내 귀로 아주 빠르게 날아와서 박혔다.

처음엔 이게 무슨 소리인가 했다.

소리의 정체를 알게 된 것은 내가 소리를 따라 시선을 돌렸을 때였다.

사람이 울부짖고 있었다 .

세상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혹은 끔찍한 고통을 감수하고 있는 환자처럼 너무도 아픈 듯이..

난생처음 보는 광경, 흡사 무대 위에서 연극배우가 절규하는듯했다.

여행하면서 많은 구걸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겪어봤지만 이날의 그 울부짖던 여자의 모습은 머리에 깊게 박혀서 지워지지 않는다.

두 번째

튀니지에서였다.

튀니지에 온 지 한.. 10일쯤 되었을때였다.

여행이 슬슬 불편해지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우리 가족은 뜨거운 시간을 피해서 해가 진 저녁에 산책할 겸 하비 브르기바라는 시내 거리로 나섰다. 차에서 내리고 다같이 걸어가고 있는데 이쁜 애기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나에게 다가와서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무지 어리고 순수한 아이들은 아직 외국인이라는 개념을 잘 모르는 듯이 나에게 자국어로 뭐라 뭐라 열심히 말을 하고선,기대 가득 찬 눈으로 내 대답을 기다렸다.  그리고 내가 못 알아들었다는 의미의 제스처를 띄웠을 때 아이의 엄마로 보이는 사람이 불쑥 다가와 말했다. 히잡을 두른 여자였다.

"아랍어 할 줄 아세요?" ..

"불어 할 줄 아세요?" ..

"영어 할 줄 아세요?"  !  드디어 내가 기다리던 물음을 했을 때 난 반갑게 영어를 할 줄 안다고 말했다. 외국인과 대화를 하는 건 여행중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자가 하는 말은 뜻밖의 내용이었다.

"저희 아이들이 배가 고파요 돈 좀 줄 수 있나요?"

나는 당황했다

아이들은 천진난만하게 놀고 있었다.

..

시간이 지나고 이모가 물었다.

"아까 무슨 얘기 했니?"

나는 차마 아이들의 엄마가 돈을 구걸했다고 말하기 힘들었다.

"그냥 인사했어요."

이 감정은 뭘까, 아이들은 오늘 밤 어디에서 잠이 들까

그 엄마와 아이들이 닥쳐있을 상황을 생각하다

건조하고 삭막한 하비 브르기바의 돌 길 위에서 그만 이모부가 부르는 소리를 못 듣고 멍하니 서있었다.

2024.5.3 明珍

🪟환기, 창문을 열어주는 마음으로-